[교황 선출 5주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한 5년, 성령의 경이로움 사이로 걸어온 여정


성령의 경이로움 사이로 걸어온 여정,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했던 지난 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된 지 5년이 됐다. 교황의 프로그램은 계속된다. 곧, 성령께서 복음화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가운데, 활짝 문을 열고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쁨을 선포할 줄 아는, 확고하게 선교를 지향하는 교회를 요청하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3년 3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다. 다음과 같은 자료들은 교황이 직무를 수행했던 지난 5년을 잘 요약해준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썼던 내용을 이어받아 신앙에 대한 내용을 다룬 회칙 『신앙의 빛』(Lumen fidei), 피조물을 보호하는 것이 환경주의자들만의 입장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의 관심사라고 강조한,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는 것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등 2개의 회칙과, 강력하게 선교를 지향하며 바깥으로 나가는 교회를 위해 교황이 계획을 수립한 텍스트인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가정 안에서의 사랑에 관한 내용인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등 2개의 교황 권고, 그리고 △교황청 개혁 △투명한 재정과 경영 △혼인 무효소송 개혁 △(지역교회) 주교회의에 더 많은 권한 부여하고, 주교회의가 중심이 되는 번역 지침에 따른 전례문 번역 등 23개의 자의교서, 가정에 관한 2개의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자비에 봉헌된 희년, 30개국 이상의 국가를 방문했던 22 번의 해외 순방과 이탈리아에서 수행한 17번의 사목방문, 수요 일반알현에서 행한 8회 주기(ciclo)의 교리교육(신앙고백, 성사, 성령의 선물, 교회, 가정, 자비, 그리스도인의 희망, 거룩한 미사), 산타 마르타의 집 아침미사에서 선보인 약 600개에 달하는 강론, 4600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와 50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등이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연설, 담화, 메시지, 서한 외에도,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남녀노소가 교황을 만났고, 껴안았으며, 손을 어루만졌다.

문을 열어젖힌 교회

최초의 예수회 소속 교황,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처음으로 가난의 성자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딴 교황, 성 베드로의 제266대 후계자는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쁨과 신선함을 선포할 줄 아는 문을 활짝 열어젖힌 교회를 염원한다. “고된 삶을 살아가는 각자를 위한 자리가 있는”, 환대하는 교회는 은총을 통제하는 세관이 아니라, 은총을 쉽게 베푸는 장소여야 한다. “자신의 안위만을 신경 쓰느라 폐쇄적이며 병든 교회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사람들 가운데 머물고 (사람들에게) 도달하기 위해 “시달리고, 상처 받고, 더럽혀지는” 위험을 무릅쓰는 교회를 열망한다. 그는 하느님을 만나는 신앙의 아름다움을 제안하기 위해, 단순히 단죄하면서 방어하는 부정적인 방식을 포기하라고 요구한다.

성령께서는 뒤집어 엎으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것을 계속 말씀하시며 교회의 참된 주인공이신 성령에 의한 놀라움을 경험하도록 자신을 내어 맡기라고 초대한다. 재임 기간 중 가장 강력한 교황의 발언 중 하나는, 지난 2014년 이스탄불에서 하신 말씀이다. 곧, “안정되고 불변의 위치에 몸을 맡기는 것이” 훨씬 더 쉽고 확실한 반면, 성령께서는 “움직이시고, 앞으로 걷게 하시며, 교회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밀어내시기” 때문에 “뒤집어 엎으시는” 분이시다. 진리란, 우리 자신이 진리에 속한다기보다, 우리가 잘 관리할 수 있으며 잘 포장된 가르침 꾸러미를 “소유하는 것”이라고 믿는 편이 훨씬 더 안도감을 준다. 성령은 우리를 진리 전체로 인도하신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더 많은 것을 계시하시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 그만큼 프란치스코 교황도 많은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교황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이 의혹들은) 우리가 예수님을 더 잘 알기를 원하는 표지요, 우리에 대한 그 분 사랑의 신비”라고 명확히 말했다. “이 의혹들이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2016년 11월 23일 수요 일반알현). 베드로 사도 또한 이방인들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참으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십니다”(사도 10,34-35). 신앙의 지성이 성장한 것이다.

우파 교황? 좌파 교황?

처음에는 모든 사람, 혹은 거의 모두가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 좋게 말했다. 그러나 차츰 비판이 시작됐다. 이는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루카 6,26)라고 하신 말씀에 따르면, 기쁜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우파 측에서는, 교황이 자유주의 경제의 현행 시스템을 공격하기에 교황을 공산주의라고 비난했다. 곧, (자유주의 경제의 현행 시스템이) “부당한 뿌리”이며, “사람을 죽이는 그런 경제 시스템”, “가장 약한 사람을 먹는”, “가장 강력한 법”이 지배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교황의 발언 때문이다. 또한 난민들과 가난한 이들에 대해 너무 많이 언급한다는 점도 있다. 곧, 오늘날 “소외된 이들은 착취된 이들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거부된 잉여자들(avanzati, 쓸모 없는 자들)”이라는 발언 때문이다. 한편, 좌파 측에서는 윤리적인 문제에 관해 교황이 완고한 입장을 견지한다며 교황을 비난한다. 교황이 낙태와 안락사를 반대하며, 생명을 (너무) 강렬하게 방어한다는 것이다. 곧, “인간 생명을 제거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다”는 교황의 발언 때문이다. 이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결혼에 기반한 가정을 보호하고, 젠더 이론(gender theory)을 “인간 지성의 잘못”이라고 비판한 데 따른 것이며, 세뇌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는 위험을 지닌 학교에서의 획일적 사고의 강요와 이데올로기의 식민지화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또한 양심적 거부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에서부터 이러한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경고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개별 권리의 확산에 대해 주목하며, “개인주의자들”은 의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권리만 언급한다고 강조했다.

내부 비판

교회 안에서도 비판이 커졌다. 교황에게 이단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교회의 전통(Tradizione)과 결별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가까운 이들은 “야단치고” 멀리 있는 이들은 애지중지한다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으며, 그를 전임 교황들과 비교하는 사람도 있다. 이미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특별한 경우 재혼한 신자들에게 영성체 허용을 위한 식별을 성찰하도록 초대한 바도 있었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벌써 40년 전에 “성령의 도우심 아래 교회 안에서 발전하고 있는,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거룩한 전통(Tradizione)’의 참된 의미를 설명하면서, 르페브르(Lefebvre) 대주교에게 다음과 같이 답변한 바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난하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 바 있다. “구전된 것 뿐만 아니라, 일들에 대한 이해가 (…) 신자들의 연구와 성찰을 통해 자랐습니다. 그러나 가장 모순된 것은 로마 주교와 주교단이 떠받치고 있는 보편 교회의 교도권에 반대되는 전통(Tradizione)에 대한 개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직접 당신 교회 일치의 직무를 맡기신 베드로 사도와의 교회적 연결고리를 파괴하면서 그 전통에 충실히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자기파괴 혹은 아군의 공격은 가장 음흉한 위험입니다. 이는 그리스도께서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루카 11,17)고 말씀하신 것처럼, 안으로부터 타격을 가하는 악입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주 악마를 언급했다. “악마는 교회를 파괴하려고 애씁니다. 악마의 전쟁은 더러운 전쟁이고, 순진한 우리는 그에게 놀아납니다.”

열린 현장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력하게 약속한 두 가지 실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세속적인 기관을 재정비 하는 것과 같은 복합적인 교황청 개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메로데 몬시뇰(mons. De Mérode)의 말을 인용하면서, “로마에서 개혁을 실행하는 것은 칫솔로 이집트 스핑크스를 씻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바티리크스 사건2’(Vatileaks2: 바티칸 은행의 부정부패)와 같은 스캔들도 프란치스코 교황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두 번째 실천은 교회 내 성추문과의 싸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창설한 교황청립 미성년자보호위원회(Pontificia Commissione per la tutela dei minori)와 관련해, 일부 위원들은 (사건 해결에 대한) 저항과 지연에 반발하며 사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하는 이들에 대한 직무에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무관용 원칙(tolleranza zero)”을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이 실천들은 지금도 앞으로 나가는 중이다.

평화의 외교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교파적 영역과 종교간 대화와 사회·정치적 최전선에서, 그리고 단순히 인간적인 차원에서도 만남의 문화를 촉진시킨다. 일치를 향해 움직이지만, 그렇다고 다양성과 정체성을 희생시키지는 않는다. 미국과 쿠바 사이의 긴장완화에서, 그리고 콜롬비아와 중앙아프리카의 평화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교황은 무기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이들을 비난한다. 동시에 그리스도인들의 박해에도 강력히 고발한다. 그리스도인의 박해를 멈추게 할 수 있는 데도 “수많은 권력층의 침묵의 동조 속에서”, 어쩌면 어제보다 오늘이 더 심각한 상태일 수 있다. 또한 교황은 “새로운 노예 형태”인 인신매매를 반대하는 호소도 쏟아냈다.

자비의 시대, 그러나 특정 시점까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을 묘사하는 핵심어가 “자비(misericordia)”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자비는 말씀(Verbo)의 육화라는 의미이면서 스캔들을 일으키는 단어다. 교황은 이를 잘 알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을 위해 넘치는 사랑을 베푸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가 있다. 곧, 타락이다. 타락한 이는 그 자신이 타락한 사람이라는 점을 모르며, 하느님의 자비를 거부하는 사람이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를) 강요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후의 심판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교황은 마태오 복음 25장을 항상 제시한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 인생의 황혼에 이르면 우리는 사랑에 대해 심판 받을 것이다.

교회 내 성직자주의는 적게, 평신도와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목자는 “봉사(servire)”를 해야 하고 “양들의 냄새(l’odore delle pecore)”를 지녀야 하기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직자주의를 반대한다. 교황은 평신도들이 교회 안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한층 더 발견해야 하고, 중요한 결정에 있어 변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조종사 같은 주교는 필요 없습니다.” 또한 교황은 여성의 역할을 다시 제기했으며, 여성을 기능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여성의 신비를 바라본다. 이는 사제직과 같은 권력이나 불가능한 권리 요구와 같은 투쟁을 뜻하지 않는다. 마리아가 사도들 가운데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해석학을 성찰하자고 초대하는 것이다. 또한 교황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더 큰 주인공 역할을 맡고, 그들이 창의성을 발휘해 목자들을 불편하게 하라고 초대한다.

성령을 통한 복음화 기수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른 이들의 고통스러운 몸을” 어루만지면서, “손가락질하며 단죄하는 원수가 아니라, 우리 희망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주류를 거스르면서도 모든 시대와 장소에서 큰 목소리로, 대담하게, 복음의 새로움을 선포하기 위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성령을 통한 복음화 기수”가 되라고 요청한다. 교황은 “만일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잘 살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이것으로 제 삶의 선물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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